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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e Parreno 《VOICES, 보이스》 후기🖋️

1️⃣ 제 1 전시장
처음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피아노 위에 내려 앉은 가루들을 보며 체르노빌을 떠올렸다. 느리게 쌓여가는 재 가루와 사람 없이 소리가 울리는 피아노는 남겨진 이들의 절망과 외로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공간 안의 모든 요소들은 살아있는 유기체 처럼 외부의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맞물려 변화한다.

녹아가는 눈사람은 필멸의 존재인 인간의 운명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발버둥 치는 곤충과 불빛은 폭격의 순간을 연상케 한다. 그 뒤에서 점차 영역을 넓혀 가는 패턴의 디지털 패널은 지도 위 전쟁이 번져 나가는 듯한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밖에 확성기와 나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주체의 등장은 인류의 역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2️⃣<차양>과 <마릴린> 그리고 <귀머거리의 집> 
<차양>의 압도적인 사운드와 조명을 통한 공간적 경험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터미션의 역할을 담당하며 영상과 영상 사이 연극적인 경험을 하게 만든다. 재수집된 사운드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운드는 상호 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예술과 닮아있다. 

<마릴린>은 영상 초반에 익숙한 영화적 구도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정보를 습득하게 한다. 이후 반복적인 텍스트와 음성이 사운드와 조명을 통해 점차 변주되며 끝내 이 텍스트의 주체가 기계였으며 영상을 촬영한 세트장을 보여준다. 우리가 매체로 정보를 습득함에 있어 얼마나 무방비하게 정보의 주체를 생각하지 않았는지를 곱씹어보게 만들기도 한다.

<귀머거리의 집>은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검은 회화> 14점을 벽면에 부착해 놓고, 당시의 분위기와 음향을 재현해 촬영했다고 하는데 정말 강렬한 인상을 준 작품이었다. 벽화 속 절규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자식을 삼키는 사투르누스>의 눈을 마주하는 순간 권력에 눈이 먼 광기와 인간의 야만성을 곱씹게 만든다. 

허망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벽화 속 인물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고 이후 주황색 재가 날리는 풍경이 보여진다. 영상 속 재의 이미지는 제 1전시장의 피아노 위 주황색 가루와 이미지적 연장 선상에 놓여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재가 날리는 그곳에는 신의 형상처럼 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다시 허공을 바라보는 벽화 속 인물의 얼굴로 전환되면 이 끔찍한 참상을 그저 내려다보기만 하는 신에 대한 원망이 느껴지게 만들기도 한다. 

카메라가 가까이 갈 수록, 벽화의 표면에 빛이 반사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멀어질 수록 모든 것이 선명히 보인다. 
이는 전쟁의 모습과도 유사성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의 한 가운데 가까이 놓인 이들은 한치 앞을 볼 수가 없다. 누구를 위해 싸우고 누가 누구와 싸우고 싸움의 주체는 무엇이고 왜 이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 할 시간 조차 없다. 가까이 갈 수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멀리서 떨어져서 보면 많은 것들이 보이게 된다는 점이 특히 닮아 있다고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영상이 끝을 향해 달려갈 무렵, 갑자기 도시 속 평온한 밤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어디선가 이토록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다른 곳의 일상은 지독히도 평온하다. 그리고 영상은 끝이 나게 되고, 이 지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로 생각이 이어지면 이 거대한 비극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이 영상 속에서는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인간성과 문명이 상실 된 상황에서 목소리. 즉, 개인의 존재는 지워져 있음을 상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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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필립파레노, 전시후기, philippeparreno,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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